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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방법 100개 해봤다, 스피킹은 딱 하나로 끝났다

우주를만들것도아니고 2025. 6. 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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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방법을 놓고 오랜 시간 헤맸다.

특히 스피킹. 듣기나 독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말하기만큼은 정말 쉽지 않았다. 몇 년 전, 영어회화 학원을 다녔고 전화영어도 해봤다. 심지어 아침마다 팟캐스트 들으면서 따라 말하는 연습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늘지 않았다. 막상 외국인 앞에 서면 머리가 하얘지고, 알고 있는 단어도 안 나왔다.

그때까지 내가 하던 영어공부 방법은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단어장을 외우고, 문법책을 보고, 짧은 예문을 반복하는 것. 나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체감이 없었다. 말문은 그대로 막혀 있었고, 영어가 점점 싫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하나의 학습 영상을 추천해줬다. 영상 속 한 강사가 말했다. "영어는 단어가 아니라 덩어리로 익혀야 입에서 튀어나온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덩어리영어라고? 또 새로운 용어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 영상에서 제시한 예문들이 놀라웠다.

"I’m not sure about that."
"Let me think about it."
"It depends on the situation."

이런 문장들이 실제 대화에서 자주 쓰인다고 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단어 하나하나를 해석하거나 문법적으로 분석하는 게 아니라, 통째로 받아들이고 반복하는 거라고 했다. 이걸 '청크 학습', 또는 '덩어리 학습법'이라고 했다.

솔직히 그때 뭔가 촉이 왔다. 그래, 내가 영어를 못했던 이유는 내용을 몰라서가 아니라, 말할 준비가 안 된 문장들만 주워 담았기 때문이었다. 그날부터 실험을 시작했다.

딱 하루에 하나. 문장 하나를 정해서 아침에 3번 말하고, 점심에 한 번 속으로 떠올리고, 저녁엔 직접 써먹을 상황을 상상하면서 말하는 방식이다.

처음에 선택한 문장은 이거였다.
"Can I get a cup of coffee?"


정말 단순한 문장이었다. 하지만 이걸 하루 종일 머릿속에 넣고 말하다 보니, 나중에는 입에 붙었다. 그 다음 날은 "What do you recommend?"였다. 식당에서 메뉴 고를 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이건 실제로 친구랑 식당에 갔을 때 써봤다. 문법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입에서 나왔다.

신기했다. 내가 영어로 말을 했다. 머뭇거림도 줄었고, 자신감도 붙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또 하나의 문장. 그렇게 하루하루 쌓이기 시작했다. 단어장은 더 이상 펼치지 않았다. 대신 덩어리 노트를 만들었다.

노트에는 문장과 함께 내가 자주 쓸 상황을 붙였다. 예를 들어 "I’ll take this one."이라는 문장 옆에는 '옷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옷 발견했을 때'라고 적어뒀다. 이걸 외우려 하지 않고, 그냥 반복해서 봤다. 그리고 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이 방식의 장점은 뭐였냐면, 덜 지친다는 거였다. 영어공부가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오히려 게임처럼 느껴졌다. 아침에 오늘의 문장을 정하면, 그날은 미션이 생긴 기분이었다. 내가 스스로 설정한 미션이었지만, 이게 꽤 강력했다.


하루하루가 쌓이면서 30일이 지났다. 30개의 덩어리가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중 10개 정도는 실제로 상황에서 써봤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외국인을 만났을 때였다. 처음엔 주저했지만, 술기운도 좀 있었고, 그날 외운 문장이 생각났다.

"It’s my first time here."

자연스럽게 나왔다. 상대방이 웃으며 반응했다. 짧은 대화였지만, 내가 말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그 이후로 영어는 '두려움'이 아니라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됐다.

 


덩어리공부법은 내 방식에 맞았다. 문법 설명이 없어서 불안한 순간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말이 나오는 경험이었다. 

특히 왕초보에게는 이게 전부다. 문법은 말하면서 익히면 된다. 중요한 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지금도 나는 이 방법을 쓰고 있다. 매주 5개 문장을 정해놓고 반복한다. 이제는 예문을 듣는 것보다 직접 말해보는 걸 더 우선한다. 팟캐스트나 영상도, 덩어리 단위로 끊어 듣는다. 이젠 문장을 보면 전체의 의미가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굳이 해석을 하지 않아도, 뉘앙스가 들어온다.

사람마다 맞는 영어공부 방법이 다르다. 하지만 스피킹을 목적으로 한다면, 덩어리학습이 가장 단순하고 가장 현실적이라는 걸 몸으로 느꼈다.

내가 실패했던 영어는 전부 '이론 위주'였다. 머릿속에서만 끝나는 영어였다. 

그런데 이 덩어리 방식은 입과 귀를 같이 움직이게 했다. 복잡한 걸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반복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결국 나한테 남은 건 이거다.
말을 하려면 말이 되는 문장을 덩어리로 익혀야 한다. 그 문장이 자주 쓰이는 상황을 반복해서 떠올리고, 계속 말해보면 진짜로 말할 수 있다.
이건 이론이 아니라 경험이다.
지금 내가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덩어리 하나씩 쌓는다. 그게 내 방식이고, 그게 내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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