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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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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서정시대] ‘외로움의 동굴’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건 다정함영감노트 2021. 12. 23. 10:53
경계 없이 선선하던 조선족 이춘자 할머니가 10년을 머물다 떠난 후, 우리 집 대문은 적적해졌다. 말을 튼 이웃들과 북적북적 우수리처럼 주고받던 옥수수니 밤이니, 옷 보따리 대신 현관 앞엔 택배 상자만 고적하게 쌓여갔다. 그렇게 훌쩍 한 계절이 지났다. 노인 간병을 한다며 옆 동네 아파트로 일터를 옮긴 이춘자 할머니가 우리를 초대한 때는 우연히도 내 생일 점심이었다. ‘호기심 반 외로움 반’ 롤케이크 하나 들고 찾아간 10평 남짓 아파트에서, 나와 아이는 처음 본 할아버지와 양철 밥상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삼겹살을 굽고 생일 노래를 불렀다. 지직거리는 TV 앞에서 도란도란 귤을 까먹는데, 이 풍경이 너무 다정해서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이상한 정상 가족’이란 이런 거구나! 12월 어느 날. 서울 삼성동..